폴리글루타민산, 히알루론산보다 수분 보유 45% 더 오래
히알루론산(HA)은 보습 성분의 기준점처럼 여겨진다. 자기 무게의 1,000배에 달하는 수분을 흡수한다는 수치가 이 성분의 상징이 됐다. 그런데 이 수치를 5배 뛰어넘는다고 주장하는 성분이 있다. 폴리글루타민산(polyglutamic acid, PGA)이다. 2025년 1월 발표된 연구가 이 주장을 세포 수준과 재구성 피부 모델 두 가지 차원에서 검증했다.
제주 곶자왈에서 분리한 균주
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폴리글루타민산을 만들어내는 미생물이었다. 제주도 곶자왈 습지에서 분리한 Bacillus subtilis 균주 HB-31은 고분자량의 감마-폴리글루타민산(γ-PGA)을 생산하는 것으로 확인됐다. 낫토, 된장 등 발효 식품에서도 일부 γ-PGA가 생성되지만, 이 균주는 상업적 생산에 활용할 수 있을 만큼의 수율을 보여줬다.
γ-PGA는 글루탐산(glutamic acid) 단위체가 펩타이드 결합으로 연결된 고분자 폴리머다. 히알루론산이 포도당과 글루쿠론산의 이당류 반복 구조인 것과 달리, γ-PGA는 아미노산 기반의 수용성 폴리머다. 분자 구조적으로 수분을 붙잡는 방식이 다르다.
피부 장벽 유전자 활성화
이 연구의 핵심 결과는 피부 장벽 관련 마커 발현이었다. 각질형성세포에 γ-PGA를 처리했을 때, 피부 장벽의 핵심 단백질인 필라그린(filaggrin), 인볼루크린(involucrin), 로리크린(loricrin)의 mRNA 발현이 용량 의존적으로 증가했다. 지방산 합성과 관련된 세린 팔미토일 전달효소, 지방산 합성효소, HMG-CoA 환원효소도 같이 올라갔다.
피부 장벽은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. 단백질 기반의 세포 골격, 세라마이드를 포함한 지질 층, 그리고 자연보습인자(NMF). γ-PGA 처리는 이 세 경로를 모두 자극하는 방향으로 작용했다.
히알루론산 합성효소(HAS-1, HAS-2, HAS-3) 유전자 발현도 증가했다. 이는 γ-PGA가 외부에서 수분을 끌어당기는 것과 동시에 피부 세포가 스스로 히알루론산을 더 많이 만들도록 유도한다는 의미다. 수분 운반에 관여하는 아쿠아포린 3(AQP3)도 상향 조절됐다.
재구성 피부 모델에 1% γ-PGA를 적용했을 때도 필라그린, 인볼루크린, CD44, 아쿠아포린 3 모두 대조군 대비 유의하게 증가했다(p<0.05).
수분 보유 실험: 120분 기준
보습 지속력 비교 실험에서 γ-PGA는 120분 동안 수분 보유율 45%를 기록했다. 대조군 40%, 히알루론산 기준 제제 36%와 비교하면 HA보다 9%포인트 높다. 절대적인 차이보다는 패턴이 중요하다. 히알루론산이 시간이 지나면서 수분을 잃는 속도가 γ-PGA보다 빠르다는 것이다.
폴리글루타민산의 분자량이 큰 덕분에 피부 표면에 오래 머무르며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막는 ‘필름’ 역할을 한다. 히알루론산은 분자량에 따라 저분자와 고분자로 나뉘는데, 저분자는 피부 깊숙이 침투하고 고분자는 표면에 머문다. γ-PGA는 구조적으로 고분자 HA와 유사한 역할을 하면서도 더 오래 피막을 유지하는 특성이 있다.
히알루론산과 함께 쓰면 더 효과적
γ-PGA가 히알루론산보다 우월하다는 주장보다 더 정확한 표현은 ‘보완한다’는 것이다. γ-PGA는 히알루론산이 분해되는 것을 억제하는 효소 활성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한다. 즉, 히알루론산이 피부에 더 오래 머물도록 돕는다. 두 성분을 병용하면 각각의 수분 효과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.
이 상호작용은 실제 제품 포뮬레이션에 이미 반영되고 있다. γ-PGA 단독 제품보다 γ-PGA와 HA를 함께 배합한 세럼과 에센스가 늘어나는 추세가 이 연구 결과와 맥을 같이한다.
낫토 연상, 하지만 냄새는 없다
γ-PGA는 낫토에도 포함된 성분이다. 낫토의 특유한 점성과 끈적임이 γ-PGA에서 비롯된다. 화장품 원료로 정제된 γ-PGA는 이 특성을 남기면서도 냄새와 이물감을 제거한 형태로 사용된다. 피부에서 가벼운 수막감을 형성하는 텍스처로, 특히 수분 세럼이나 앰플 유형에 적합하다.
대기 환경이 건조하거나 난방이 강한 실내에서는 히알루론산이 오히려 대기 중 수분을 빼앗아 피부를 더 건조하게 만드는 역설적 상황이 생길 수 있다. 이런 환경에서는 표면 수분 보호에 더 집중하는 γ-PGA가 대안이 될 수 있다.
보습 성분 선택의 기준이 ‘자기 무게 몇 배를 흡수하는가’에서 ‘피부 세포가 스스로 수분을 만들고 유지하도록 돕는가’로 이동하고 있다. 그 방향에 폴리글루타민산이 있다.